아파트
서른 즈음에 독립했으니까 늦은 편이다. 요즘은 캥거루족이라고 해서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일도 많지만 그때는 독립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첫걸음이었다. 그 이후 이사를 열 번 정도 다닌 것 같다. 내 집 마련에 미련이 없어서 전세로만 살았다. 이사는 가정사 중에서도 큰 일이다. 나처럼 별로 꼼꼼하지도 못하면서 완벽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만 앞선 이들한테는 더욱 그렇다. 계약 만료나 직장 변동 등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대충 일 년 전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그중에서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주거 형태와 현실적으로 강제되는 주거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주거 형태는 단독 주택이다.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공간을 꿈꾼다. 텃밭, 작업실, 음악 감상실 같은 것들은 부수적이고 방해 받지 않을 공간에 대한 욕망이 제일 큰 것 같다.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 형태는 아무리 익명이 보장된다고 해도 서로를 간섭할 수 밖에 없다. 층간 소음, 담배 냄새, 공동 질서 무시 등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수도권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단독 주택 마련은 요원한 일이다. 은퇴를 해서 수도권을 벗어나야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이라는 공동 주거 공간에서 살고 있다. 아마도 지금 직장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요즘 다시 내가 원하는 주거 형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돌아 다니면서 마음에 들었던 동네들을 지도로 살펴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부동산도 알아본다. 아파트에 살기는 정말 싫다.

어느 소나기 내리던 날 남산에서 바라다 본 서울 풍경.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