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에일 맥주의 세계에 빠진 것이 거의 10년 전인 것 같다. 태평로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으로 기억하는데 타코와 함께 주문한 맥주가 ROGUE 사의 AAA (American Amber Ale) 였다. 카스, 테라 같은 라거 맥주만 마시다가 처음 마셔 본 에일 맥주의 맛은 신세계였다. 그 이후 에일 맥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마침 그때 한 달 넘게 미국 뉴저지로 출장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10에 6 Pack 에일 맥주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눈이 돌아가서 호텔 냉장고에 에일 맥주를 쟁여두고 마시다 귀국했더니 국산 맥주는 못 마시게 됐다. (지금은 국산 맥주도 잘 마신다). 이태원 경리단 길에 맥파이가 생겼고 얼마 후 더 부쓰가 문을 열었다. 자리가 좁아 맥주를 받아 골목에 서서 마시기도 했지만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가 좋았다. 토요일 낮에 낮술을 마시러 많이도 다녔다.

그 이후 서울에 크래프트 맥주 펍이 많이 생겼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사계, 파이루스, 크래프트 원, 리틀 엘리켓, 탭하우스 숲, 크래프트 발리, 누바, 레드코티지, 퐁당, 사우어 퐁당, 쿨쉽, 비어포스트 바 등을 오래 다녔고 비교적 최근에는 서울집시, 끽비어, 코끼리브루어리, 헤이웨이브 같은 곳에서 마셨다. 현재는 인천에서 지내는데 마땅한 펍이 없는 것이 아쉽다.

맥주를 좋아하다가 양조까지 하게 됐다. 공돌이 습성은 어찌할 수 없는지 맥주 양조 시스템을 설계 해서 여러 번의 수정, 보완을 거쳐서 겨우 완성했다. 양조 기록을 보니 27번 배치 ‘Black Widow’ - 포터인 것 같다 - 가 마지막이다. 당시 허리를 다쳐서 고생도 했고 직장 문제 등으로 맥주를 만들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주변 일도 어느 정도 정리됐고 재택근무로 시간의 여유도 생겼으니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양조 관련해서 그동안 정리해 둔 자료를 읽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AI의 도움을 좀 받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해서 놀랐다. 내가 만든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보완 방법까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꽤 정확하게 알려 준다. 작업실에 딸린 화장실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양조 공간으로 쓰려고 한다. 1조 싱크대를 구매해서 작업대 겸해서 써야겠다. 기존에 쓰던 스텐 작업대는 정리했다. 발효조는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증류수 통이 적당할 것 같다. 전용 발효조 보다 싸고 내가 쓰던 말통보다는 입구가 커서 세척도 용이해 보인다. 발효 냉장고는 기존에 쓰던 것을 쓰면 된다. 몰트나 홉 등의 재료는 한 배치 분량만 시험삼아 사봐야겠다. 서울 홈브루, 크래프트 브루어 등지에서 구매했었는데 확인해봐야겠다.

살롱 용당리

음악이 좋았던 ‘안티 트렌드’ 술집 살롱 용당리, 2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