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사진을 찍은 일이 재미있었다. 평범한 풍경도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면 그럴싸해 보였다. ‘작은 풍경’ 을 필름에 담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도시의 밤 풍경을 담아보려고 낡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참 많이 돌아 다녔다. DSLR 을 잠시 사용해봤지만 ‘사진 찍는 맛’이 없어 다시 필름으로 돌아갔다. 렌즈 수리에도 취미를 붙여 이베이 같은 해외 경매사이트에서 고장난 물건을 싸게 사들여 연습했다. 나중에는 어느정도 자신도 붙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도 나빠지고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많은 취미를 접었는데 그중에 필름이 첫번째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렌즈들이 늘 마음의 짐이었다. 정리하려면 렌즈들을 판매용으로 촬영하고 편집해서 온라인 장터에 올리고 가격을 흥정해서 거래를 해야하는데 오랜 무기력에 빠져있던 내게는 시도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우선 촬영부터 시작했다. 휴대폰 삼각대를 설치해서 촬영했다. 생각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 다음은 제품 사진들을 편집해서 활동하던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다. 그리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늘로서 렌즈는 전부 팔렸다.
중고를 팔아 돈을 만들겠다는 의미보다 필요없는 것을 덜어낸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다. 소위 미니멀리즘 실천의 하나인데 물건을 하나씩 덜어낼 때마다 얻는 만족이 상당히 크다. 렌즈들은 어쩔 수 없이 동호회의 힘을 빌렸지만 다른 잡동사니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이용하고 있다. 작년 가을쯤 이사를 결정하면서 많이 덜어냈다. 내가 바라는 ‘미니멀’ 한 내 방의 모습은 마치 선승의 방처럼, 한 켠에는 소박한 이부자리가 개어져 있고 흰 벽에는 한 두벌의 옷이 걸려있으며 구석 낡은 책상에는 책 몇 권이 놓여 있는 풍경이다.
간소하게 사는 일이 참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