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인데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태어나서 부터 혹은 그 이전 일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나타난 적도 있고 현실에서 느꼈던 적도 있다.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그것이 체험한 것인지 상상의 산물인지도 이제 헷갈린다.
그것을 촉발하는 것들은 몇가지가 있다. 맑은 하늘, 깜깜한 어둠, 노을 이런 것들이다. 꽤 오래 전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태고적 공룡들이 뛰노는 모습의 오프닝이 있었다. 그 때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 ‘감각’이 일어났다. 수 년 전에 파주의 야트막한 산 길을 친한 사람들과 함께 산책한 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난 참이라 해는 이미 졌고 시골이라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을 걷다보니 또 그 감각이 일어났다.
어릴 적에는 꿈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꿈을 꾸면서도 아, 이런 느낌은 매우 익숙한데, 하면서 깨는 것이다.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그 감각은 다른 형태로 계속 반복된다. 알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그것을 나는 여전히 찾고 있다. 이런 생각을 주변 친구들한테 말해봤지만 크게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해서 그의 책ᅟ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1Q84에서 덴고가 하늘의 별, 아니면 달이 었는지를 보면서 어떤 그리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루키가 나와 같은 감각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 구절을 읽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술을 한 잔 마셨더니 감정이 다시 말랑해진다. 아주 따뜻했던 봄날 어쩌면 가을의 단상이 떠오른다. 우울에 깊게 빠져있던 때였다. 무작정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아는 형님 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좀 쉬러 왔다고 말하고는 한 이틀 계속 잠만 잤다. 중천에 해가 뜰 때까지 자리에 누워있는 나를 집주인은 깨우지 않았다. 나는 새소리에 깨고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다시 잤다. 그렇게 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눈이 부시도록 환했다.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비현실적으로 환했던 저승같던 그 길을 지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길이 가끔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