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니 서바이벌이니 하는 쇼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뒤늦게 흑백요리사를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출연한 요리사 중에서 (나는 셰프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최강록이라는 사람에 관심이 생겼다. 그의 말은 어눌하지만 확실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 없고 예상하는 답변 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달변이 아닌 눌변과 쉼표로 긴장을 유도한다. 타고난 것인지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사람이다.

요리사 최강록이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더 해보고 싶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주관식당’에서 내놓은 어떤 음식에 대한 것이다. 나는 어찌어찌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그 시절에는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고 그 날은 무조건 끝까지 마시는 날이었다. 술에 대한 반감이 있던 나는 (지금은 술을 안마시는 사람에 대한 반감이 있다) 적당히 깨작거렸지만 분위기도 있고 젊은 혈기도 있어 꽤 마셨던 것 같다. 그렇게 다들 만취했을 때 선배가 나와 몇몇 신입생 무리를 택시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갔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겼고 ‘어른들의 음주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모두가 잠들어야 마땅한 시간에 그곳은 불야성이었고 옆사람과 닿을 듯 붙어 있는 테이블들은 거의 만석이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휴대용 버너 소위 ‘부루스타’에서는 정체 불명의 음식이 끓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가 처음 먹어본 ‘사뎅이’ᅟ였다.

사뎅이란 음식은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수원에서 감자탕을 부르는 말이었다. 이미 취했고 배도 불렀지만 낡은 냄비 안에 담겨 있는 얼큰해 보이는 국물과 수북히 쌓여있는 뿌짐한 등뼈는 식욕을 다시 자극했다.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밤이 되면 집에 들어가 자는 것 밖에 몰랐던 범생이로서는 이런 밤의 문화가 있다는 것에 흥분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며 선배 나이도 스물 갓 넘겼을 것이었는데 그 때는 그가 위대해 보였다. 선배는 나와 몇 동기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주고 돌아갔다.

그곳은 수원 지동시장의 한 골목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사뎅이라는 이름으로 감자탕을 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음식은 추억을 먹는다고 하는데 내게 감자탕의 첫경험은 수원 지동시장의 사뎅이였고 그 맛이 감자탕의 기준이 되었다. 날씨도 추워졌으니 오랜 친구 불러서 감자탕에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