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n Dreams (2025) - IMDb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철도 건설 현장에서 벌목꾼으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다. 그의 전사에 대한 묘사는 없다. 어린시절 기차를 타고 아이다호까지 왔다는 기억이 있을 뿐이다. 가진 것 없는 그는 철도 건설에 필요한 나무를 톱질해서 쓰러트리고 잔가지를 정리하는 따위의 힘들지만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서 겨우 살아간다.

그 당시 철도 건설에 중국인들이 많이 동원된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무리 중에 한 중국인이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에게 끌려가 살해된다. 현장에 있던 그는 그것을 바라만 볼 뿐 어찌하지 못한다. 그 기억은 그를 평생 괴롭힌다.

고단한 삶에도 잠시 빛이 든다. 교회에서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집도 짓고 정착해서 가정을 꾸린다. 아이도 생긴다. 그러나 하는 일은 단순한 벌목꾼을 벗어나지 못해 일을 찾아 먼 길을 오간다. 그래도 돌아올 집이 있는 그는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다. 멀리 일을 나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마을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집으로 향했지만 부인과 아이는 온데 간데 없고 집은 불에 타 내려 앉았다.

로버트는 부인과 아이를 찾아 온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는 가족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 떠나지 못하고 변변한 가림막도 없는 그곳에서 먹고 잔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희망인 것을 스스로도 알았을 것이다. 다만 로버트는 그 거대한 상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상처가 조금 나아졌을 때 그는 다시 천막을 짓고 나무를 잘라서 오두막을 짓는다. 마을에서 잡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조그만 운송 사업도 시작한다. 새로운 인연도 만난다.

로버트는 그렇게 홀로 살다가 죽는다.

근현대사에 약한 나는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라든지 골드러시 따위나 철도나 교량건설에 동원된 중국인 혹은 원주민에 대한 착취 같은 일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늘 공부해야겠다는 부담만 가지고 있다. 그런 배경 지식이 있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런 지식 없이 보더라도 이 영화는 묵직하면서 뻐근한 감동을 준다.

인류보다 오래 살아남은 나무들을 함부로 베어서 벌을 받을 것이라는 동료 벌목꾼의 말이나 중국인 동료를 괴롭히고 끝내 죽게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 그리고 결국 그 불행이 가족에까지 미치는 전개는 미국 역사에 대한 반성 같아 보인다.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삶은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운명 그 자체 보여주는 것 같다. 그의 삶은 잠시의 행복이 있었을 뿐 고독했고 불행했다. 그가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닥친 불행과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상실을 딛고 일어선 것은 아마도 시간의 힘과 친구의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홀로 죽는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데니스 존슨이 쓴 원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