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랫동안 무기력에 빠져 있다. 무기력은 우울과 동반해서 내 삶을 갉아먹는다. 그렇다고 딱히 개선의 의지도 없다.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 권해서 티로신이라는 약을 먹은지 몇달 되었다. 무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약으로 정신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가 없지만 속는셈 치고 아침 루틴으로 먹었다. 그런데 약의 효과인지 최근에 나는 지긋지긋한 무기력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무엇을 시작하려고 해도 완벽한 준비상태가 아니면 못했던 내가 대충이라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완벽하게 하지도 못하면서 완벽주의가 내 병폐 중의 하나다. 취미를 거의 다 버렸지만 사진은 다시 찍고 싶어서 우선 가지고 있는 필카와 디카를 정리하고 새로운 콤팩트 카메라를 사고 나서 시작해보자는 계획을 세운지 오래다. 그 생각만 몇년 째 하면서 실행하지는 못했는데 얼마 전에 카메라와 렌즈들을 몇개 정리했다. 물품 정리하고 사진 찍고 장터에 올리고 거래하는 모든 일을 다 미루어 두었는데 목록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판매까지 하게 됐다. 낚시도 최근 열심히 다니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했던 블로그도 다시 시작했다.

올 해 머리 아픈 가정사가 몇 건 있었다. 그것이 이제 거의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우울과 무기력이 좀 나아진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약품이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상태를 잘 유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