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요즘 드는 생각이다. 취미를 정리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오래 전에 접었고 올드 렌즈 수리는 포기했고, 오프로드 여행도 이제 안한다. 차량 정비도 이제 힘들고 각종 낚시는 단촐하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필름 카메라를 접으려고 정리 중이다. 마침 책장에 QL17 카메라와 함께 누군가 한테 선물로 받은 필름 한 롤이 놓여 있길래 마지막으로 한 롤 찍고 필름을 접자는 생각에 필름백을 열었는데 아뿔싸, 장전되어 있었다. 무려 2019년 홍콩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 남이 있다. 필름을 접고자 현상한 마지막 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 풍경이 담겨 있다니, 정말 접어야 하나?

2019.6

Canonet Q17 / Xtra400

홍콩 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