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끄러운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 그렇게 하루종일 잽을 맞아서 그로기가 된 날 밤에는 도무지 대책이 없다. 술을 마신다. 냉장고 뒤져서 값비싼 프랑크 소세지 어슷 썰고 국산이라고 되어 있지만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마늘 편으로 썰어 넣고 상미 기한 임박한 올리브 오일 촤악 뿌려서 볶는다. 나의 소박한 안주가 노릇노릇 하게 구워지는 동안 소세지 기름 묻은 도마 칼 설거지 하고 맥주 마실 최애 유리컵 하나 꺼내놓는다.

적당히 구워졌으면 예쁜 그릇에 담아 후추 살짝 뿌려서 테이블에 세팅한다. 현 시점 마실만한 맥주는 아사히 수퍼 드라이 밖에 없어서 친일파 논란 감수하며 며칠 전에 12,000원에 4캔 짜리 사서 냉장고에 히야시 입빠이 해두었으로 한 캔 꺼내서 역시 테이블 위에 세팅한다. 맥주를 따르고 한 잔 마시고 소세지 한 점에 마늘 한 점 매운 고추 하나 얹어서 씹는다. 한 두 잔 마시다 보면 결국 세상이 다 덧없다. 문득 외로워져서 아무한테나 문자하고 싶어지면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참는다.

어떻게 해도 혼자라는 사실만을 각성시킬 뿐이다. 후회만 남는다. 그래서 차라리 술을 마시고 말을 삼키고 생각을 지운다. 질병, 육체적 고통, 외로움, 하다못해 가난까지 전부 어떻게든 해결책이 있다. 하지만 허무라는 것은 방법이 없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 이래 그것을 극복했다는 사람들 많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위스키 한 잔 따른다. 내일 아침에는 숙취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