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부터 어금니 쪽이 시리더니 점점 통증이 강해져서 며칠 전부터는 찬물이 살짝 닿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원래 어금니에 살짝 금이 가서 크라운을 씌워 놓았던 곳이다. 당시에는 신경치료를 하지 않았다. 며칠 소염 진통제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치과에 갔다. 비교적 최근에 개원한 것 같은 깨끗한 병원이었다. 시설도 좋아보였다. 의사는 몇가지 진단을 하더니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을 하고 다시 CT 까지 찍고서 ‘신경치료 필요’ 진단을 내렸다. 그동안 신경치료는 이를 결국 죽이는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나는 몇주간의 고통에 결국 무릎을 꿇고 내 아래턱을 의사의 손에 순순히 내어주고 말았다. 내친 김에 충치 한 개도 떼우고 잇몸이 드러난 쪽도 메웠다. 신경 뿌리가 깊은지 여러번 마취 끝에 신경 치료의 1단계를 가까스로 버텨냈다. 한 시간 반 동안 불편한 치과 의자에 앉아 억센 의사의 팔이 누르는 중력과 신경 치료의 공포를 견디다 보니 기진맥진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의사가 공돈 버는 것은 아니라는 아주 당연한 깨달음을 얻었다. 마취가 풀린 지금 욱신 거리던 통증은 온데 간데 없다. 통증을 느낄 신경을 갈아냈으니 당연하겠지. 뭔가 시원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