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간신히 떠난 길. 노을이 지는 국도를 혼자 달린다. 음악도 심드렁해져서 꺼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음악 대신 색다른 소리가 간헐적으로 귓전을 때린다. 툭,툭,툭. 세차를 하지 않아 지저분한 앞유리 쪽으로, 어린애 손가락 만한 물체가 자꾸 돌진해와서는, 몇몇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고, 몇놈은 힘게 부쳤는지 그대로 충돌하고 만다. 툭툭거리는 소리는 그 놈들이 창에 부딪혀 죽는 소리였다. 저음의 리듬감과 중독성이 있는 소리. 

그것이 잠자리인 것을 확인한 순간, 내가 놈들을 치어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고생대인 3억년전에 처음 나타났다는, 살아있는 화석인 잠자리가, 고작 100만년전 정도부터 살기 시작한, 인간이 만든 자동차라는 쇳덩어리에 부딪혀 죽는 것은, 분명 잠자리의 善終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우울해졌다.

무섬마을 가던 길, 2013.8.31

Kodak Retina IIIs/Superia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