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낚시를 핑계로 강원도 정선으로 귀촌하신 지인 댁을 찾았다 그분들은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서 도시를 버렸다. 나는 붕어와 뱀장어가 제법 낚인다는 집앞의 저수지나, 먹고 나눠 줘도 남아서 고추 건조기에 꼬들꼬들하게 말린 사과나 배 따위, 그리고 하루 세번 나무를 넣어줘야 한다는 화목보일러, 고로쇠 수액을 제법 얻을 수 있다는 뒷마당 숲의 가래나무, 앉은 부채 군락, 가재가 넘친다는 개울, 쏘가리 꺽지가 많다는 길 너머 여울보다는, 완전한 어둠과 완전한 정적과 환해진 그분들의 얼굴이 더 부럽다.

Olympus PEN E-P2 / M.ZUIKO DIGITAL 17mm F3.5

강원도 정선, 2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