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을 출발하여 부석사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5:40 이었다. 일몰을 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온 길, 무량수전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바람이 거셌고 산 길을 내려오는 사람이 몇 있을 뿐 올라가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안양루에 올라보니 서편 하늘이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장관에 잠시 멍하게 있다가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고 삼각대를 설치했다. 추위도 잊은 채 꺼져가는 노을 빛들을 필름에 담다보니 븕은 빛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둘러보니 사위는 어느새 칡흙같이 어두워졌고 인기척이 하나도 없다. 후레쉬 불빛을 의지해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데 스님 한 분이 조용한 걸음으로 올라온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일까. 한 겨울 산사에서 외롭지 않을까. 나 역시 늘 수행자의 삶을 동경해왔다. 결국은 혼자 갈 수 밖에 없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뺨에 느껴지는 찬 바람 느껴졌고 순간 어디선가 아주 익숙한 저음의 소리가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멍한 데자뷰를 느끼며 나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시계를 보니 정작 6시. 그렇다면 이 소리는 법고 소리다. 뒤돌아 보니 안양루 어둠에 완전히 잠겨있고 허공엔 별이 쏟아질 듯 떠 있었다.

 

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 

 

부석사 안양루安養樓에서 바라본 노을

PENTAX ME Super SE/FUJICOLOR 200/SMC K24mm,SMC A35-10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