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간다. 약속도 귀찮도 술도 귀찮고 사람보는 것도 별 흥미가 없다. 귀차니즘 중증인 듯 싶다. 그러다보니 공상 아니 망상이라고 해야할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회사에 앉아있다보면 사표를 멋있게 던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간다. 막장에서 계속 굴러봐라. 전화하면 각오해라. 니들이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라는 식의, 일반적인 퇴직인사를 비꼬는 문장을 생각해보다가 실소한다. 그리곤 ‘떠날 때는 말없이’ 라는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며 다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집에 들어가면 일찍 잔다. 컴퓨터가 망가졌는데 고치기가 귀찮아 방치해두고 있다. 책도 귀찮고 TV도 귀찮고 무언가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피로해서 그저 수면속으로 침몰한다. 그러다보면 또 이런저런 망상이 떠오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꿈을 꾼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에 오두막이나 짓고 전화도 없이 사는 그런 꿈.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는 그런 일상. 해지된 전화가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요.’ 라는 멘트를 날릴 생각을 하면 야릇한 쾌감을 느낀다.

회사에 당직제도가 있어서 꼭두 새벽에 출근해서 점심시간 저녁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자니 무료해서 오랜만에 끄적거려 봤는데 쓸데 없는 소리만 지껄인 것 같다.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