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려서니 삼각산 타고 부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늦게까지 마신 술로 얼굴에 남아있던 불쾌한 미열이 한방에 씻겨 나간다.

술취해 골목을 걸으면 으레 하늘을 본다. 겨울에는 오리온이 잘 보인다. 낮 동안 비 바람에 씻긴 하늘은 맑고 밝다. 내가 아는 얼마안되는 별자리 오리온이 떠억하니 박혀있다. 오리온을 등지고 북두성을 찾아봤지만 취했는지 방향 감각이 잘 없다.

한 때는 취한 김에 ‘오리온이 떴는데 잠이나 자고 있냐’고 연락 뜸했던 친구들 깨우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대부분 생깠지만 ‘띵동’ 하고 돌아오는 반가운 회신을 아무도 없는 언덕길 위에서 찬바람 맞으며 열어보는 기분은 알 사람만 알리라.

오늘, 문자질은 안했지만 오늘은 그냥 달아오른 볼에 부는 찬 바람이 좋다. 이런 하찮은 짧은 시간이 오히려 기억속에서 계속 되새김질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