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검은콩 두유 한 병, 땅콩 샌드 한 개로 해장을 한다. 라면이 몹시 땡기지만 후유증을 생각해서 참는다.

자발적 음주와의 이별을 선언하고는 내심 음주횟수를 대폭 줄일 계획이었다. 사실 술자리의 대부분은 내가 발동걸어 시작한 것이 많았다. 절주 선언엔 그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주를 돌이켜보니 한 주를 꼬박 술로 채웠다. 물론 타발적이었다.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였다.

그것은 결국 내가 뿌린 씨앗에 대한 결과였다. 저녁 다섯시쯤이면 전화를 해서 술을 먹자던 놈이 전화를 안하니 친구들이 먼저 전화를 한다. 자발이 타발로 바뀌었을 뿐 무슨일이냐며 한 잔하자는 통에 횟수만 더 늘었다.

그래서 이제는 타발도 사양하려 한다. 그동안 나의 술 상대로 이용당했던 친구들한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래야 살겠다. 아마도 자기 결혼식에는 축의금 열심히 받고 정작 친구 결혼식에는 생까는 그런 친구 같을 것이다. 엄살이 심해지니 참 찌질하다. 친구들아 나좀 빼고 마셔라. 그렇다고 삐지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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