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西山)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벗과 술을 한 잔 걸치고 부러 버스에서 조금 일찍 내려서 걸어간다

서늘한 밤공기에 머리가 절로 맑아진다

웬일로 하늘이 밝나 하늘을 올려보니

마침 구름뒤에 숨었던 달님이 나타난다

잠시 서서 하늘을 보면니 이 시가 떠오른다

마당에 서서 뒷짐지고 달 구경하는 노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