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끝
오래 전 소설가 김영하가 게스트로 출연한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를 주제로 그의 여러 작품들과 창작에 관한 생각들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 하는 형식이었는데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것이 아니면 세상에 굳이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그의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주제가 되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제이’ 라는 소년인데 탄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또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마침내는 한 종교적인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은 마치 예수의 삶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이 에피소드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신비’라는 단어 때문인 것 같다. 제이와 그의 또래 집단이 마치 종교적인 형태로 묘사가 되는데 김영하는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쉽게 신비에 빠진다, 그런 시절을 겪는다’ 는 말로 설정의 배경에 대해서 얘기했던 것 같다.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꽤 길었다. 육체를 초월하는 ‘신비’를 쫒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수련을 하고 공부도 했다. 종교에 깊게 빠져 경전을 끼고 살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며칠 전 나는 그 신비의 마지막 흔적이랄 수 있는 친구와 절연했기 때문이다. 그와는 일년에 한두번 문자나 주고 받을 정도로 이미 소원해져 있었다. 이번에도 예의 그 ‘문자 대화’ 를 이어가다 어떤 선을 넘는 그의 대답에 내가 붙들고 인연이라는 것이 그 ‘신비’에 대한 집착이었다는 각성과 함께 이제는 끝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조용한 절연은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그것이 호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쓸쓸하겠지.
개심사, 20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