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좋아하는 나는 홍콩의 소호 거리를 무척 좋아한다. 언젠가 한달 정도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소호에서 한 달쯤 머물고 싶다. 점심 때쯤 느긋하게 일어나서 반바지에 티셔츠만 걸치고 거리를 느린 물고기처럼 걸어 다녀야지. 걷는 것이 귀찮으면 아무 계단이나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이나 하고, 배고파지면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은 식당에 가서 맥주 한 병 시켜놓고 국수 따위로 한 끼를 때워야지. 그리고 단골 술집을 만들어서 낮술을 마시고 손님들을 희롱해야지. 그렇게 한달 쯤 보내고 나면 다시 열심히 살고 싶어질 것 같다.

홍콩 소호, 2015.8

Canonet QL17

Fujicolor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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