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등대는 가까이서 보면 사실 볼품이 없다.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눈맛이 좋다.
등대 아래쪽으로 아름다운 포구 마을이 있다. 그 골목에 벽화를 그려서 논골담길이라고 부른다.
호를 그으며 돌아가는 해안선과 불빛을 장노출로 담는다.
요즘 DSLR이 좋아졌다지만 1분 이상의 장노출은 비싼 장비에 문제가 생길까 꺼려진다.
하지만 필름으로 찍는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1분은 물론 몇시간까지 노출을 줄 수가 있다.
물론 자기만의 노출 데이터가 나오려면 시행착오에 따른 필름과 시간의 손실 그리고 좌절을 감수해야한다.
빛을 더 오래 모으면 순간의 추억을 더 진실하게 담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사체인 가로등을 바다 배경으로 담아보았다.
논골담길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이 되어 전국 각지에 벽화마을이 있다고 한다. 퇴락해가는 골목길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벌이는 사업이겠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임시변통인 벽화마을 보다는,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고 마을 사람들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일 듯 싶다. 논골담길에도 사람들이 많이 떠나 빈집이 많다.
가로등 불빛이 별처럼 쏟아지던.
묵호항
2013.5
PENTAX ME Super SE, SMC A35-105mm, Fuji Color C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