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둘째 아들 돌잔치가 있어 수원에 들른 김에 오랜만에 화성을 걸었다. 입춘이 내일 모레인데다가 며칠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내심 봄바람을 맞으며 걸을 생각을 했으나 오산이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손이 얼고 동행했던 친구는 춥다고 계속 투덜댔다. 

오랜만에 함께한 장비는 Pentax ME Supser SE와 Chinon MC 200mm, Soligor C/D 24-45mm, 두 개의 렌즈. Pentax ME Super는 펜탁스 필카 중에서도 인기가 높다. 앙증 맞은 크기에 조리개 우선 노출 기능을 가지고 있어 편리하다. 완전 수동인 Pentax MX 와는 짜장면과 짬뽕과 같은 존재다. 나는 MX를 선호 한다. Soligor C/D 24-45mm 렌즈는 싼값에 구한 광각 줌렌즈이다. 여행 다닐 때 무게를 줄일 목적으로 구입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Soligor 중에서 C/D 제품군은 고급에 속한다고 하는데 화질은 평범한 수준인 것 같다. 최대 F/3.5에 간이 마크로 기능을 가지고 있다. Chinon MC 200mm 역시 고장난 렌즈를 헐값에 구해서 자가 수리 후에 사용하고 있는 렌즈이다. 

어쨌든, 춘래불사춘.

그래도 오랜만에 하늘을 맑았다.

성벽의 바깥쪽으로 보행로가 있지만 이렇게 안쪽으로 걸을 수도 있다. 잔디보호 차원에서는 보행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한가롭게 걷고 싶으면 잠깐 동안 길을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화성 성곽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화성 주변은 고층건물을 짓지 못하고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 낡은 집들 너머 광교산이 보인다.

화성 주변 마을이 슬럼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라면, 주변 마을을 원형을 보존하면서 깨끗이 정비하고 화성을 걷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면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어느정도 기여하면서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해본다.

화성의 성벽은 아름답다. 크기도 가지가지고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크의의 돌들을 생긴대로 깍고 잘라서 아귀를 물려가며 쌓았다. 이 화성의 성벽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 분은 곧잘 부석사의 석축과 이 성벽을 비교하곤 하셨다.

연무대

화성을 걷다보면 만나는 가장 압도적인 풍경은 사실 수원제일교회이다.

다시 따뜻한 봄날이 오면 벗들과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

Pentax Me Super SE

Soligor C/D 24-45, Chinon MC 200mm

Perutz-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