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맛이 간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멀쩡한 사람들은 일단 재미가 없다. 한 말 또 하고 했던 얘기 반복하고, 오늘 얘기, 어제 얘기, 작년 얘기가 모두 똑 같다. 반면에 맛이 간 사람은 예측 불허다.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한다. 알면서도 혹은 진짜 몰라서 또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꺼내지 않았던 말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 우리는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해야 발전한다.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우리들은 친하니까, 친구니까, 할 말 못할 말을 친절하게도 가려서 해왔다. 많은 말을 한 것 같지만 집에 돌아가면서 생각해보면 아무 말도 한 것이 없고 들은 것이 없다. 평화를 위해서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관계’란 것이다. 우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결핍 때문에 늘 목마르고 그래서 수다스럽지만 결국에는 평화속에서 외롭다. 아무도 이 침묵의 카르텔을 깨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좋은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이 침묵을 깨려는 사람은 그래서 외면당한다. 외톨이가 되거나 공격받고 맛이 간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진정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은 발견하고 기뻐할 것이다. 문제는 그 맛이 간 사람들이 대부분 술에 의지해서 맛이 간다는 사실이다. 어쨀 수 없는 것이 알콜이야말로 용기 혹은 객기를 녹여내는 ,합법적이면서 훌륭한 용제이다. 이것은 내가 술을 끊지 못하는 그럴듯한 변명거리이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맛이 간’ 사람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비내리던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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