兄님
兄님,
요즘처럼 세상일이 마음같지 않을 때는
트렁크에 베낭 하나 던져 넣고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음악 크게 틀고 호젓한 산길만 골라서 달리고 싶어요.
헤드라이트 노란 불빛 앞세우고
조수석은 비워둔채
혼자 그 길에 있고 싶습니다.
고개마루 쯤에선 차를 멈추고
눈이 시리도록 별들을 바라보렵니다.
아침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면
하릴 없이 달리다가
저녁 무렵에는 어느 강가에 서 있을 겁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강물 너머로
미류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고
철모르는 기러기 한 편대,
꿈결처럼 날아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