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술집 #5
가끔은 술이 무슨 물처럼 마냥 들어갈 때가 있다.
그리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어느 가정의 가장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
여러 이유로 인해서 마냥 술을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끔은 이러한 관계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부디 오해가 없기를, 나는 그런 모든 사정을 다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유없이
그저 술과 그대만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즐거운 분들과 즐겁에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
술이 부족해서 아니 무언가 아쉬워서 간만에 단골 술집에 들렀다.
나는 취하면 문자나 전화를 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이미 말했던 그런 사정들로 인해서 연락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
그저 찌질한 싱글 화상들한테나 개갈안나는 문자나 뿌릴 뿐이다.
하필이면 간만에 연락한 친구한테 답장이 왔다.
나도 아는 어느형님이 부친상을 당하셨다.
만취한 상태라 전화 한통 드리고 죄송한 마음을 전할 수밖에…
찬 바람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하늘엔 여전히 오리온이 빚나고 있다.
모두가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