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습관처럼 우울에 시달립니다.

소위 무업적증후군이라는 것인데

그런 병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껏 별반 이룬 것이 없다는 후회로 괴로워하는 병입니다.

회사는 어수선하고 요며칠 날씨까지 우중충해서

일도 손에 잘 안잡히니 마음이 더 허전하고 그렇습니다.

사람들한테 무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저이지만

의외로 인연의 끈을 쉽게 놓지못합니다.

오히려 거의 끊어진 연을 잡고

이러쿵 저러쿵 어찌해볼려고 애를 씁니다.

어제는 휴대전화 주소록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 속에는 이미 내가 없는데

오직 저만 그 끈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누구에게든 상처가 됩니다.

“선택 이름을 삭제 할까요? 예/아니오”

“예”

하나씩 삭제했습니다. 쉬웠습니다.

휴대폰이라는 利器로 얼굴 볼 것없이 남이 되었습니다.

借刀殺人. 이제는 모르는 번호로 뜨겠지요. 받지 않으렵니다.

비로소 업적 하나가 생겼습니다.

내 속에 있는 虛妄들도 이렇게 쉽게 삭제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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