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입문기 #2

입춘 우수 경칩 다 지났는데도 밤에는 꽤 춥습니다. 이번주는 한번 강으로 나가볼까 했습니다만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때문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기실, 성질 급한 낚시꾼들이 철모르고 추운 강에서 떨고 있는 모습은 흔한 것입니다. 내공이 약해서 그렇습니다. 진득하게 철이 오길 기다려야 하는데 저 같은 삼류들은 그게 잘 안됩니다. 아마 기축년 올해도 철 모르고 추위에 몇번 떨게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재미없는 2편이 바로 이어집니다. 저에 대한 애정만으론 읽기 힘든 재미없는 글이오니 바쁘신 분들께서는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강 낚시는 어려웠습니다. 릴낚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강 루어 낚시는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경력 좀 된다는 루어 조사들도 한강에서 꽝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한강은 초보자에겐 적합하지 않은 출조지입니다. 한강은 그저 몇몇 험악하게 생긴 친구들을 사주해서 점찍어둔 아가씨를 곤경에 빠트린 후에 영웅처럼 구해해는 그런 설정에나 적합한 장소인 것입니다. 물론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철장행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한강이 많이 변했습니다. 한강에서 무슨 낚시를 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깨끗해졌습니다. 주변도 잘 정돈이 되어있고 곳곳에 편의점이 들어서고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물이 이전에 비해 맑아진 탓인지어떤지 붕어나 잉어 누치 쏘가리 강춘치 등의 물고기가 꽤 잡힙니다. 장어를 전문적으로 잡아다가 시장에 납품하는 분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강 물고기 구경을 한번도 못해봤습니다. 저의 형편없는 실력을 먼저 탓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맑아졌다고는 하지만 여름철 그 지독한 물비린내는 견기기 힘들더군요. 몇시간만 있으면 골치까지 아파집니다. 그렇게 한강의 물냄새와 꽝에 지쳐가다가 정말로 산수 좋은 곳에서 낚시를 해보자, 그게 낚시 아니냐, 그렇게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처음에 낙점된 장소는 홍천강이었습니다. 저질 뇌의 기억을 더듬자면 여름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천이 첫 출조지로 선택된 것은 인터넷의 영향이 컸습니다. 포인트 검색을 하다가 눈에 띄는 사진 한장을 발견했는데, 아담한 산 아래로 뚜명한 물이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풍광이었습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에 깔린 자갈돌이 비쳐보였습니다. 그 사진을 올렸던 블로거는 그곳이 홍천강 남노일리 일대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홍천강을 그리워하다가 드디어 출조를 했습니다. 남노일리 일대를 목표로 했는데 도착한 곳은 모곡이었습니다. 길치인데다가 네이게이션도 없어서 길을 잘못 들었나 봅니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듯한데 어쨌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모곡에는 오후 3시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앞서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밤낚시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모곡에서도 밤낚시를 하기로 작정하고 대충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의 낚시꾼들이라면 포인트를 선정하고 주변을 정돈한 다음 낚시대 몇대를 펴고 찌를 맞추고 미끼를 준비하고 했겠지만 우리 얼치기 낚시꾼들은 삽겹살 부터 구웠습니다. 다음으로는 당연히 라면을 끓였지요. 마지막으로 차까지 한잔 끓여먹고 나서야 어설프게 방울 낚시 채비를 마련하고 떡밥을 뭉쳤습니다. 

생각해보니 사건 순서가 바뀌었군요. 한강에서 루어낚시대로 연습을 하다가 모곡으로 갔으면 루어낚시를 했어야 하는데 방울낚시를 하다니 제가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누차 말씀드렸을이 저질뇌의 소유자 입니다. 사실은 모곡에서 몇차례 낚시를 한 후에 루어 낚시대를 장만하고 한강에서 테스트 한 다음 남노일리로 갔던 거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바로 잡지는 않겠습니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흠.

어쨌거나 차까지 한 잔 끓여먹고 느긋하게 방울낚시 채비를 쏠채(원심력을 이용해서 미끼를 멀리 투척하는 기구)에 얹에 강심에 던져놓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날이 약간 흐렸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저수지에 앉아서 반대편 기슭을 바라보면 캐미라이트 불빛들이 별처럼 박혀 반짝거리곤 했습니다. 그 때가 생각나서 강건너를 바라보았지만 인적이 없었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두 백수 친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상의 소음속에서는 하기 싫었던 가슴속 이야기들이 밤공기를 타고 오갔습니다. 도중에 허기가 져서 라면을 한개 더 끓여 먹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물고기 소식은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 삼류꾼들은 홍천강에 무슨 고기가 사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떡밥을 쓰는지 떡밥은 어떻게 뭉치는지도 몰랐고 어디에 투척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모곡에서 떡밥 방울낚시를 하는 사람은 이후에 본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찾아간 것이었죠. 눈먼 고기가 아니라면 잡혀줄리가 만무했습니다. 흐렸던 날씨가 빗방울을 간간히 뿌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잡으러 온건지 고기가 우리를 잡으러 올건지 어쨌든 시간은 그렇게 잘도 흘러갔습니다.

차르르르르르.

바람결에 약하게 방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들린 것 같았습니다. 환청인 것도 같았습니다. 어릴 적에도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저는 그럴 때 무당이 방울 흔드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예전에 야간에 계룡산을 오른적이 있는데 조용한 산속에서 들릴듯 말듯 들려오는 그 방울소리에 혼비백산 한 적이 있습니다.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친구한테 소리가 난 쪽 채비를 걷어보라고 했습니다. 친구가 귀찮은 듯 걸어가서 채비를 감아올리는데 표정이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꽝이 분명해보였습니다. 줄이 줄감개에 거진 감겨갈 무렵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줄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만 한 마리의 고기를 건져올렸습니다. 어이없게도 그것이 그 친구의 첫수였습니다. 길이가 손바닥 만하고 날렵하게 생겼는데 몸통에는 깨알 같은 점들이 박혀있었습니다. 마자란 민물고기입니다. 손맛이라 하면 거친 강가운데 서서 낚시대가 부러질듯 거친 파이팅을 하면서 물고기를 걸어올리는 그런 맛이라고 되도 않는 기대를 했던 친구는 아아 좀 실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의 ‘손맛’ 이후 그 친구는 이미 낚시폐인이 되어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