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없는 강남江南 생활이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강남 주민은 아니고 강남으로 출근했다가 강북으로 사라지니 반쪽 강낭 주민인 셈이다. 출근 할 때는 주로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를 건너고 퇴근할 때는 대중이 없다. 2호선을 타고 잠실철교를 넘기도 하고 갑갑한 지하철이 싫어서 버스를 이용할 때도 많다. 그럴 때는 한남대교를 타거나 한강대교를 건넌다. 편도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장거리 여행이다.

나는 여행은 무척 좋아하지만 밥벌이를 위한 장거리 여행은 극도로 싫어하는터라 출퇴근 거리에 꽤 많은 신경을 써왔다. 이전 직장들은 대체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다녔고 아예 걸어다닌 경우도 많았다. 이런 장거리 출퇴근은 처음이었고 2월 초에 직장을 옮기면서 어떻게 탈출해볼까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 여담이지만 장거리 출퇴근 보다 더 바랬던 것은 IT탈출이었지만 실패했다. 아직 이 막장에서 좀더 굴러야 할 것 같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더 멀리서 출퇴근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분들은 그냥 엄살로 봐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나는 강남생활이 정말 싫다. 내가 느끼는 강남 생활을 간단히 요약 정리하면 일무일다일고一無一多一高로 정의할 수 있다. 일무一無가 무슨 말인고 허니  모든 것이 맛이 없다. 나는 입이 짧은 편인데 도무지 이 지역에서는 맛있는 밥집을 찾을 수가 없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끓이기가 그렇게 힘든 것인가? 먹고나면 미원의 느끼함이, 뻥조금 보태서 한시간은 남은 김치찌개를 더군다나 100% 중국산 김치를 사용했음에 의심에 여지가 없는 그런 음식을 먹고나면 반나절이 허탈해서 일할 기운이 안난다. 음, 엄살이 좀 심했다. 그리고 반찬은 중국산 김치쪼가리와 말도 안되게 간이 맞지 않는 나물 또는 오뎅볶음 같은 것 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그럴싸한 한식당에서 오뎅볶음이 나오면 정말 푸대접 받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가 자꾸 산만해진다. 아무래도 잘 못먹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된장찌개는 어느집에나 다 맛이 똑같다. 젠장찌개가 아닐 수 없다. 맛있으면서 똑같으면 이런 말 안한다. 삼성역 근처에 무허가 허름한 건물에서 팔던 된장을 빼놓고는 다 똑같다. 그 “젠장” 의 유통과정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강남구 사무실 주변은 똑같은 업자가 정말 맛없는 된장만 납품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아니면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닝닝하고 심심한 된장을 좋아하는 것일까? 또 여담이지만 나는 꽤 짜면서 찡한 맛이 나는 그런 된장을 좋아한다. 집된장은 그렇다.

내일 또 여덟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글이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은 봐야겠다. 다음으로 일다一多란 짐작하시듯이 사람이고 건물이고 모든 것이 빽빽하다는 말이다. 생활이 느슨하다고 느끼고 싶다면 출근시간 신도림역에 가보란 말도 있지만 교대역도 만만치가 않다. 기차가 막 도착하는 플랫폼에 줄을 서서 내리는 사람들은 바라보고 있으면 열에 일곱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내린다. 내린다기 보다는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더러는 욕을 하고 더러는 불편한 심기로 중얼거리면서 황급히 환승통로로 빠져나간다. 채 일분도 못되어 다음열차가 도착하는대도 안면몰수, 좁은 틈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은 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영 적응이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대라도 연착되면 역사안은 수십분간 지상 지옥으로 변한다. 여담이지만 이 많은 인원을 수송하는 지하철 노동자분들 존경스럽다. 경제논리로 인원도 많이 줄었고 그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몇몇 밀집지역에 쏟아부어 놓았으니 점심시간이 전쟁이 아니면 이상한 것이다. 一無에서 말한바 맛이 없는 밥을 먹기도 수월치가 않다. 줄을 서야하고 빨리 먹어야 하고 빨리 나가줘야 한다. 참당하다. 그래서 前 직장에서는 한시반쯤까지 기다렸다가 먹거나 간단하게 때우곤 했다. 그래도 지금은 밀집지역에서 조금 떨어진대다가 11:30분쯤에 밥을 먹기 때문에 조금 수월한 편이다.

으윽, 아직 아침형인간 강제 적응기간이라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마지막으로 일고一高가 무언고 하니 뭘하건 비싸다는 얘기다. 비온다고 빈대떡 한장에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는 것도 부담된다. 밥한끼 6천원이 기본이오 7천원 8천원까지 하는 곳도 많다. 맛은? 역시 없다. 월세나 전세는 생각도 안해봤다. 무슨 방 한칸 값이 지금 내가 사는 집 세칸짜리와 맞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술값도 비싸고 커피값도 비싸고 여하튼 뭐든 비싸다.

아무래도 졸려서 급마무리를 해야할 듯하다. 이런 단상은 내가 출몰하는 좁은 지역에서 느낀 것이므로 지극히 개인적일 것이다. 보편타당성도 많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혹시라도 기분나쁘게 느끼신 강남구민 여러분들께는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사실 올해 직장을 옮기면서 내심 생각하고 있던 IT 탈출 3단계 계획의 제 일단계에 진입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실패하고 다시 주저앉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탈출도 덩달아 늦추어지고 말았다.  그런 김에 써본 글이다. 아무래도 나의 강남블루스는 쉽게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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