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있어도 부처가 오지 않는 나라

강제윤 지음

조화로운 삶 출판사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몇 해가 지나서 남도 여행은 떠났다.

해남으로 해서 보길도까지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처음 강제윤 시인을 만났다.

시인이 운영했던 ‘동천다려’에서 하룻밤을 지낸 인연 뿐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의 만남이 머리속에 깊게 각인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골백번을 만나도 쉽게 잊혀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저녁거리 해 먹으라며 손수 기른 채소를  건네던 시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때로 너무 무거워 읽기에 불편하다.

사람들은 편하고 달콤한 것만 바란다.”

평소 존경하던 정민 교수의 추천사가 반갑다.

그렇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보길도 편지’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할 때에도 그는 낭만적인 농촌의 삶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존재를 이야기 했고 환경과 자연 그리고 역사를 이야기 했다.

그는 단지 글만 쓰는 글쟁이가 아니었다.

고향인 보길도로 귀향하기 전에는 인권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귀향해서는 보길도의 자연 파괴를 몸으로 저지하고

문화 유적 파괴 행위를  33일간의 단식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수원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

65번 버스는 옛 한양 가는 길을 따라서 안양까지 느긋하게 달린다.

덜컹 거리는 버스 안에서 먼지 날리는 티벳 고원을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외롭고 고단한 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나는 시인의 글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괴롭다.

가질만큼 가졌으면서도 계속 더 가지려고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회피하고 싶었던 진실과 미루어 두었던 질문들이 가슴을 찔러 괴롭다.

말랑말랑하고 감상적인 여행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울림이 계속 되는 책을 원한다면 꼭 권하고 싶다.

Categories: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