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가을 비에 낙엽이 진다.

아직은 초록빛을 띄고 있는 삶의 부스러기.

바람에 날려, 고작 자란 높이 만큼 생(生)의 마지막을 활공(滑空)하다가

아스팔트 위로 내려 앉는다.

구두에 밟히고 힐에 찍히고 아스팔트에 짓이겨져 죽어서도 편치 못하다.

하지만 다시 초록의 봄을 잉태시킬 연(緣)을 맺지는 못한다.

도시의 낙엽은 썩지 않는다.

땅은 온통 검은 석유(石油)의 부산물이 덮어 버렸다.

그 위에서 며칠을 흉물스럽게 방치되었다가

어느 이른 아침 부지런한 청소부의  비질로 마대 자루에 담긴다.

그리고 쓰레기로 태워지거나 묻힌다.

어느 푸른 숲에서 파헤쳐져와서

매캐한 회색 숲 속에 뭍혀서는

잘리고 찍히고 채이는 고행(苦行)을 감내하고서도

내일의 희망도 품지 못한다.

도시(都市)란 결국 이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