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체구로 인해서 어린 시절 늘 해골이나 뼈다귀로 불리웠던 내가 이제는 너무 불어버린 몸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인생무상이 아닐 수 없다. 아놔. 말랐던 시절에는 살을 찌우려고 별 짓을 다해봤다. 라면에 밥말아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다이어트 콜라, 저칼로리 참치 등 다이어트 식품의 범람에 공연히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가는 허리 때문에 허리 띠를 끝까지 조여도 헐렁한 바지 때문에 창피해서 일부러 남방을 밖으로 내어 입고 다녔다. 그러던 내가 슬금슬금 몸이 불기 시작해서 지금은 산만한 체구가 되었다. 동생이 곰 한마리 온다고 놀릴 정도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의 나는 무척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였다. 잠을 들려면 한시간 이상 뒤척여야 했고, 세상의 온갖 고민을 다 안고 씨름하느라 얼굴에는 미소가 비칠 새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고작 중학생의 고민이란 것이 참으로 우습지만 그 때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런 성격 탓에 친구도 많이 사귀지 못했고 주로 나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지독히 폐쇄적이고 염세적인 생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이 찌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혹자들은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살이 찐다고도 하지만 나는 그런 증상은 없었기에, 물을 주지 않은 화분의 화초처럼 계속 말라만 갔다.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에 따라서 세속의 나이란 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어나면서 고민들이 한가지 두가지 떨어져 나갔다. 단순히 세월이 흘러서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수행법에 관심을 가지고  책도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공부해나가는 과정에서 짐짝 같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문제들이 조금씩 떨어졌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몸의 병도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이 때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물론 아직 버려야할 짐짝이 많고 나도 모르게 지고 있던 새로운 짐짝도 발견되지만 언젠가는 이것들을 모두 버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설이 길엇지만 이것이 내가 뼈다귀에서 곰이 된 사연이다.ㅡ,.ㅡ

무거워진 몸 때문에 생활에 한 두가지 불편이 생기게 되면서 다이어트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헬스클럽이나 수영, 검도 등의 운동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곧 포기했다. 내 성격은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몇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변명 같지만 출퇴근 거리의 압박 때문에 그런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무작정 걷기’이다.

나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한다. 뼈다귀 시절, 토요일이면 떠오르는 상념에 젖어 학교에서 집까지 두어시간 정도를 걸어서 다녔다. 지금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생각한 방식은 우선 집까지 가는 도중의 지하철 혹은 버스 정거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 시간이면 그 지옥같은 만원 지하철도 나름 한산해질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만원 지하철에서 무뢰한들에게 또 시달리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운동도 하면서 혼잡시간대를 피할 수 있는 묘책이다. 뜨거워진 머리도 식힐 수 있고 도시의 다른 모습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걷기 시작한 것이 이제 일주일 쯤 되었다. 지금까지는 아주 좋다. 날씨가 더워지면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얼마나 더 할 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꾸준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