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이란 참 어렵다.

세상을 조금씩 알아갈 수록 더욱 그렇다.

어릴 때는 확실한 것을 좋아했다. 예, 아니오 외에는 다른 답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일도양단하여 반드시 어느 한쪽에 서야 했다. 어정쩡한 상태로 있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 견디기 힘들었다.

사귐에 있어서도, 수가 틀어지면 바로 절교해버리기 일쑤였다.

이것을 고쳐보고자 도입한 것이 ‘시간’이었다. 양단간 결정을 시간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시간에 맡기는 것은 어정쩡한 상태로 있는 것과는 다르다.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양단간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이것과 저것을 계속 재며 긍정과 부정을 반복한다. 이것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동반되고 정확한 판단은 점점 힘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에 맡긴다는 것은 판단의 일시 보류이다. 생각을 쉬고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는 것이다. 감정이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지면 판단은 쉬워진다.

이것은 포기와는 또 다르다. 포기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특히 사람간의 사귐에 적용하고 있다.

어떤 이유건 간에 누군가가 미워졌다고 치자.

그러면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생각을 발전시키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멈춘다.

억지로 생각을 돌이켜 좋아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나는 성인군자가 못되기 때문에 그것도 스트레스다.

포기하지도 않는다.  물론 아직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지 아닌지 잘모르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다.

이렇게 더 미워하지도, 억지로 좋아하려고도 하지 않고  무심히

시간에 판단을 맡긴다.

그러면 대체로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이다.

칼로 끊는 것 같은 살벌한 결정은 이 과정을 거친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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