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April을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0년에 직장에 들어가서 몇 년 정신 없이 일을 한 것 이외에는 늘 직장과 직업에서 탈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삶이었으니 내 인생도 참 답이 없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를 졸업할 때 이미 왜 중학교를 가야하는지 의문을 품었으며 중학교 때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중2병적 사고에 빠져 친구도 변변히 없이 어두운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고등학교에 억지로 진학한 후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아파서 제대로 학업을 하지 못했다.

몸이 좋지 않아 걸어서 다니자는 편한 생각으로 집 근처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는 뒷전, 잡스런 책들을 읽고 만화에 빠져 지냈다. 평생 혼자 살 생각을 했고 이상한 수행법들에 관심을 가져서 직접 수행을 해보기도 했으나 태생이 게으른 나는 특별한 성취는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만나는 것이 수행에 방해된 다는 생각에 홀로 지내다보니 나중에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 때 깨달았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그 후 오컬트적 수행이나 관심도 끊었다. 그 후로 이런저런 동호회 활동도 하면서 보통 사람처럼 지냈고 IMF을 맞아 졸업을 보류하고 대학원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선배의 회사에 취업을 한 것이 내 첫 직장, 2000년의 일이다.

몇번 회사를 옮기면서 짧게는 몇달 길게는 일년 정도씩 쉰 것을 빼면 대략 15년 정도 IT 업계에서 굴러먹었다. 금덩어리를 품에 지니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평생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루해진다. 그것이 너무 싫어서 돈과 가난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버텨온 세월이다. 그것을 제법 잘 견디는 친구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괴로웠는데 저들은 어찌 즐거운 척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까.

인생의 1막은 이제 끝났으나 나는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2017.5 잔인하고 불안한 5월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