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인생에서 오로지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을 가졌다는 것은 내 얄팍한 표현력을 뛰어넘는 커다란 위안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안부를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직 메아리 없는 외침에 담담할 만큼 큰 인격을 가지지 못한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어쩌면 내가 안부 따위는 묻지 않아도 ‘존재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한 인격의 성숙을 이루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은 오로지 ‘나’였으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향했고 몇가지 작은 것을 배웠다는 착각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단단해지지 못했고 내가 사랑한 파도에 의해서 나는 조금씩 침식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가을에는 조금 더 외로워져야 할 것 같다.

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경복궁역 삼거리 신호등.

QL17/Agfa Vista 400

2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