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오래되어 렌즈가 여기저기 긁히고 많이 상했다. 안경을 새로 맞추기로 하고 알아보니, 마침 회사 근처에 안경점이 개업을 하고 오픈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날 점심 시간에 방문해서 시력검사 부터 했다. 시력은 별차이 없는데 난시가 있다며 교정을 하겠냐고 묻길래 안하겠다고 했는데, 컴퓨터를 많이 다루면 교정을 하는게 글자도 또렷이 보이고 좋다며 재차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시험렌즈로 난시교정 전후를 비교해줬는데, 확실히 교정을 했을 때가 글씨가 또렷하게 잘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간의 시력교정에 추가로 난시교정까지 하게 되었다. 안경테는 재활용 하기로 하고 렌즈만 교체를 했는데, 처음 착용을 했는 때는 무척 어지러웠다. 많이 어지러우면 원래대로 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참아보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과연 어지럼증은 적응이 됐는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모니터를 보니 사각형이 아니라 역사다리꼴로 보이는 것이었다. TV도 마찬가지고 다른 모든 사격형들이 미묘하게 역사다리꼴로 보였다. 안경점에 가서 이야기 했더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아졌다. 이제는 역사다리꼴로 보이던 모니터가 다시 사각형으로 보인다. 아니, 역사다리꼴을 사각형으로 인식했다고 해야하나. 황당한 것은 안경을 벗으면 모니터가 이번에는 사다리꼴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상대적인 현상일 뿐인지 모르겠다. 길고 짧은 것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긴 것이 있어 짧은 것이 있는 것처럼. 아, 안경 하나 덕에 相對性이론과 緣起론을 체득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