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두 분 형님께서 술을 끊었다. 술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형님이 먼저 끊었고 술이라면 睡眠중이라도 홀연히 起立하시던 형님께서 연달아 끊으셨다. 두분이 술을 끊으신 사연은 훗날 교과서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그 교과서에 남을 만한 훈훈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훈훈한 이야기라는 것만은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어쨌든 두 분 형님께서 술을 끊고 나서 나는 중요한 사실 두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번째는 우리의 인연이 단지 술 주자 酒緣이었다는 것이다. 무슨 형이상학적이고 고상한 인연이 아니고 아주 형이하학적이고 단순한 술벗이었다는 것이다. 몇주에 두서너번, 적어도 한 달에 몇번 쯤은 만나던 횟수가 점점 줄더니 지금은 어쩌다 生死나 확인할 정도가 되었으니 내 말이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이다. 두번째로는 이참에 내가 인류사에 남을만한 위대한 법칙을 하나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법칙을 ‘주량 보존의 법칙’ 이라고 이름지었으니 알만한 사람은 알리라. 일찍이 서양 학자 라부아지에라는 양반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을 발견한 바 있으나 그것은 지극히 물질만능적인 발상이었다. 나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량보존의법칙을 발견 하였으니 그것은 누군가 마시지 않는 만큼 누군가는 더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질서는 이렇듯 빈틈이 없이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빈술잔 만큼 술잔을 채운다. 딸꾹.

거의 마지막 공식적 음주, 왕십리 어느 맥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