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좋아해서 일부러 오래된 동네로 사진을 찍으러 가곤 한다. 빛바랜 벽과 좁은 골목길과 그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내내 마음은 편칠않다. 그곳은 누군가의 고단한 삶의 터전일테니 사진기를 무기인양 앞세우고 셔터를 눌러대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진 않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옷도 될 수 있으면 튀지 않게 입고 카메라도 작은 것을 - 어짜피 내 펜탁스 필름 카메라는 작지만 - 들고 간다. 스트랩도 걸지 않고 가방에 넣어 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살며서 꺼내서 몇컷 찍고는 얼른 집어넣는다. 그리고 동네 분들을 만나면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딴청을 피운다.

201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