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열대의 밤에 지쳐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을 맞는 순간 까닭없이 슬퍼졌습니다.

나에게 여름이란 계절은 얼마나 더 허락될까요.

고작 百歲의 숫자 앞에 숨 막힙니다.

이 여름을 다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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